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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심리의 모든 것

대중심리의 모든 것

 

무리에 반응하는 군중의 심리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도 호기심을 느껴 걸음을 멈출 것이다. 뭘 하나 보니 모두 도로 건너편의 빌딩의 6층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은 분명 궁금함을 느껴 사람들 속에 파고들어 같은 방향을 바라볼 것이다.

 

사실 이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이 뉴욕 길거리에서 시행한 조금 색다른 실험이었다. 그는 바람잡이를 몇 명 고용하여 빌딩 위를 올려다보게 하고, 바람잡이들에 이끌려 어떻게 군중이 형성되는지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2~3명이 빌딩을 올려다보면 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60%가 걸음을 멈추고 함께 빌딩 위를 올려다보았다. 바람잡이가 5명 이상이면 지나가는 사람의 80%가 걸음을 멈추어 큰 군중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리 판매에서도 같았다. 손님이 한 명도 없으면 혼자 서서 물건을 볼 기분이 들지 않지만, 손님이 여러 명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바람잡이를 쓰거나 호객으로 군중을 모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남녀에 따라 다른 화장실 이용태도

조금 독특한 심리 실험이 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이용 상태를 관찰해서 사용자의 심리 상황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관찰 결과, 남녀 모두 화장실 이용에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 화장실에서는 입구에서 가장 먼 곳의 이용도가 높았고, 다음은 세면대에서 가장 먼 곳이었다. 또, 2명 이상이 동시에 화장실을 쓸 때는 서로 가능한 떨어지려 하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로의 개인 공간이 겹치는 위치에서는 마음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과 달리 중간에 있는 화장실 이용도가 높았다. 중간에 있을수록 안심하는 심리가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남자 화장실에서 변기 세 개 중 가장 끝에 있는 변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옆에 두 변기가 사용하도록 하자 변기를 떨어져서 사용할 때보다 배뇨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개인 공간에 다른 사람이 침입하면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해, 동작이 기민해지기 때문이다.

 

큰 역의 남자 화장실이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해서 줄지어 서 있는데도 회전이 빠른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려는 본능

전철에 자리가 많을 때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승객들의 행동이 괜히 신경 쓰인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거나 반대쪽으로 몸을 피한다.

 

더 혼잡해져 승객들끼리 몸이 닿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지면 팔짱을 끼거나 눈을 감는 사람도 있다. 매일 봐서 익숙해진 차 안 광고를 다시 보거나 고개를 돌려 바깥 풍경을 보는 사람도 있다. 왜일까?

 

이렇게 타인 사이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환경을 연구하는 학문을 근접학이라고 한다. 근접학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은 항상 쾌적한 개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자기의 개인 공간에 타인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방어 본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전철 의자에 앉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철 의자는 출발할 때부터 점차 끝에서 가운데 방향으로 차기 시작한다. 승객이 별로 없을 때는 의자 끝에 앉아서 옆자리에 짐을 두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끝자리일수록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자기의 몸 양옆에 물건을 두는 행동은 다른 사람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경계를 만들려는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의자 시트를 갈 때 가운데 부분만 색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운데 부분은 45cm 정도 되는데,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폭을 나타낸다고 한다.

 

여자 95%의 엉덩이 크기는 43cm 이하다. 남자의 어깨 폭이 48cm 이하라는 점에서 보면 색이 바뀐 부분의 크기는 남녀가 적당히 앉을 수 있는 셈이다.

 

어느 나라의 전철은 3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총 1.3m밖에 안 된다고 한다. 어깨 폭이 48cm인 남자들이 이 의자에 앉으면 어깨가 부딪히게 된다. 기껏 앉더라도 그 불편함은 서 있을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설계는 전철 회사에서 보면 합리적일 수 있으나 근접학의 관점에서 보면 의자에 좀 더 여유가 있는 편이 더 쾌적할 것이다.

 

비과학적 혈액형 특성을 믿는 이유

“혈액형이 뭐예요?”

“A형이요.”

“그럼 성실하고 꼼꼼하시겠네요.”

 

이렇게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유추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심지어 혈액형 성격 판단을 이용(?)해서 이성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인사에도 반영하거나 미래의 배우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애초에 혈액형 성격 판단에는 과학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 혈액형 인간학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하는 학자도 무수히 많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걸까. 이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첫 번째는, 혈액형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바뀌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별자리 운세가 생년월일을, 손금점이 손금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운명적인 근거를 원한다. 나아가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판단법이 단순하다. 별점은 생일에 따른 12개나 되는 별자리와 그 특징을 모두 알아야 하지만 혈액형은 O, A, B, AB라는 네 가지 혈액형만 알면 된다. 이런 간편함이 금방 혈액형에 빠져들게 한다.

 

왜 한국인은 야구를 좋아할까?

한국인 중 많은 사람이 야구를 좋아한다. 흔히 직장에서나 술집에서 전날 있었던 야구 경기의 결과가 주제가 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보면 야구는 굉장히 마이너한 스포츠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쿠바, 일본 정도가 야구에 열광한다. 축구나 농구 같은 세계적 스포츠와 야구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시간제한이 있지만 야구는 시간이 거의 무제한(연장제한 등이 있기는 하지만)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는 승부의 예측과도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축구는 경기 종료 5분 전에 3점 차인 상황에서 역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야구는 5점 차여도 9회 말에 역전할 수 있다. 이른바 ‘기적의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심지어 ‘야구는 투아웃부터’라는 말도 있다.

 

끝까지 가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끈기 있는 사고, 뒤집어 생각하면 마지막에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가능한 스포츠가 야구다. 이런 사실은 끈기 있고 역전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닮았다.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단체 경기인 야구에는 질서정연하게 각각 역할이 정해져 있다. 한국 사회는 집단의 규칙이나 상하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쉬운데 이를 보여 주는 적절한 스포츠가 야구이기도 하다.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이유

2012년 기준 대한민국의 중산층 비율은 OECD 21개국 가운데 18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중산층’에 속한다고 대답했다. 우선 이 조사는 수입, 재산, 생활양식 등의 평균을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대답하는 사람의 주관에 근거한다. 이 점은 답변자가 택하는 판단 기준과 계층 의식이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는 ‘사회적 비교 과정 이론’에서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 때, 사람은 자기와 유사한 의견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의견, 능력을 평가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사람은 자신과 같은 수준의 생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그 대상과 같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처럼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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