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사용법 - 태도 변화
태도 변화
연봉 협상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설득의 기술
올여름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작년 여름의 폭염을 생각하니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당신은 룸메이트에게 에어컨을 장만하자고 설득해 보려 한다. 어떻게 설득하는 게 효과적일까? 첫째, ‘요즘 에어컨은 에너지 소비 효율이 1등급이라 전기세가 별로 안 나온다’, ‘에어컨을 사면 선풍기가 사은품으로 따라온다’ 등 왜 에어컨을 사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들이댄다. 둘째,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에서 시원하게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 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맥주도 잔뜩 사서 냉장고에 저장해 두고 더울 때마다 한 병씩 꺼내 먹고 싶다. 새로 나온 맥주가 맛있어 보이던데, 이왕 먹던 맥주도 아예 새로 나온 것으로 바꾸자고 말하려고 한다. 어떻게 말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까? 첫째, ‘원래 먹던 맥주보다 비싸지만 용량이 훨씬 많아 경제적이다’, ‘원래 먹던 맥주보다 칼로리도 낮다’ 등 타당한 이유를 들이댄다. 둘째, 새로 나온 맥주를 마시며 야외 수영장에서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 준다.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일이 고작 이뿐이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것인지,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연봉 협상을 어떻게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인지, 친구와 만나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등등 다양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매일 온갖 결정을 눈앞에 두고 타인과 의견을 조율해 나가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설득의 기술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득은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태도란 어떤 사람이나 대상, 상황에 대한 인지적ㆍ정서적 평가로, 행동에 영향을 주는 준비 상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 상품을 구매할지 말지, 어떤 사람의 청을 들어줄지 말지,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하는지, 담배의 해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은 모두 태도의 문제다. 그러므로 사람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행동의 변화도 꾀할 수 있다. 태도는 그 태도의 주축을 이루는 요소를 통해서만 변화할 수 있다. 인지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태도는 논리를 통해서, 정서적 요소에 기반을 둔 태도는 감정으로만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가 어떤 요소를 기반으로 형성되는지 어떻게 아는가? 여기서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살펴보자. 심리학자 리처드 페티와 존 카시오포는 대학에서 졸업 시험 제도를 도입하려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실험을 했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이 제도가 바로 그해부터 시작되며 설문에 답하는 학생들 역시 졸업 시험 대상자라고 말했다. 반면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이 제도가 몇 년 후부터 시행될 것이며 따라서 학생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때 메시지를 두 종류로 하여, 타당한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한 ‘질 높은 메시지’와 근거를 모호하게 댄 ‘질 낮은 메시지’를 함께 제시했다.
그 결과 당장 졸업 시험을 치러야 하는 A그룹의 학생들은 질 높은 메시지를 보고 태도 변화를 일으켰지만, 졸업 시험과 관계가 없는 B그룹의 학생들은 태도 변화에 메시지의 질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본인에게 결과가 미치는 중요한 일일 때 사람들은 그 메시지를 잘 따져 보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일 때는 메시지의 내용보다는 설득자의 외모 등 감정적인 요소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즉, 직접적인 관련이 높을수록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타당한 근거들을 수집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이 낮을수록 감정적인 면에 이끌린다. 자, 그렇다면 룸메이트를 어떻게 설득하는 게 효과적일까?
에어컨은 당신과 룸메이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룸메이트는 모든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 보는 첫 번째 방법에 설득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맥주는 비교적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기 때문에 분위기나 자기 정체성 같은 정서적 요인을 자극하는 두 번째 방법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대체적으로 에어컨, 진공청소기, 블라인드 같은 물건을 구입할 때 우리는 논리에 설득되고 반려동물, 맥주, 샴페인 등을 고를 때는 감정에 설득된다.
사실 우리가 평생 살아가며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은 인지적 요인보다 정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즉 합리적인 논리보다 감정적인 호소가 더욱 설득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논리의 힘을 과신해 근거부터 들이대고 토론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든다. 그래서 부부는 5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늘 똑같은 문제로 싸우고, 정치가는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늘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직장인은 연봉 협상 중에 자신이 쌓은 업적을 보라며 열변을 토한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미동도 하지 않으면 “저치는 도대체 남의 이야기라고는 들으려 하지 않는군” 하며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논리가 아닌 감정이 중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더 이상 쓸데없이 논쟁하는 데 기운을 빼지 않을 것이고, 힘들지 않게 상대방의 태도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설득하겠다고 논리를 들이대기 전에 먼저 그의 태도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라.
관련글
2020/12/04 - [심리학] - 심리학 사용법 -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
2020/12/04 - [심리학] - 심리학 사용법 - 폭스 박사 효과
2020/12/04 - [심리학] - 심리학 사용법 - 집단 극화 효과
댓글